"첨단 기술,
사람을 구하다"
태풍, 홍수, 폭설 등 이상기후와 지진 등 자연재난으로 인한 재난 상황이 세계 곳곳을 덮치는 빈도가 잦아지고 있어요. 파키스탄은 6월부터 계속된 폭우로 국토 3분의 1이 물에 잠겨 1,700명이 숨지는 최악의 홍수를 겪었고, 유럽은 올해 찾아온 역대 가장 뜨거운 여름 때문에 기록적인 사상자가 발생했죠. 프랑스에서는 산불로 1만 명 이상 대피하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어요.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에서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미국에서는 10억 달러(1조 2840억 원) 넘는 손실을 일으킨 재해가 무려 20차례 발생했고 이로 인해 688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것으로 기록됐다고 하고요. 게다가 이 같은 자연재해뿐만 아니라 방화, 테러 등 인재(人災)로 인한 피해 역시 매년 증가하고 있는 추세예요.
이렇게 자연재해와 각종 사건사고가 발생하면 인명을 구조하기 위한 구조대가 현장으로 출동하게 마련인데요. 1분 1초를 다투는 급박한 구조현장에서 생사를 결정짓는 것, 바로 ‘골든아워(golden hour)’ 라고 해요.
최근 최신 IT 기술들이 급격한 발전을 거듭하면서 골든아워 안에 신속한 구조를 할 수 있게 하는 구조 장비들이 개발돼 주목받고 있는데요! 소중한 생명을 지키는 ‘스마트 기술’ 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함께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지진, 홍수 등의 자연재해나 부실공사로 인해 건물이 붕괴된 재난현장에는 건물 잔해를 부수거나 치우기 위하여 굴삭기 등의 특수 목적 장비가 투입 되고 있어요. 하지만 실제 구조현장을 지휘하는 소방관이 해당 장비를 조작하기에는 작동법이 어렵고, 대부분의 장비들이 재난 수습이 아닌 건설 용도에 맞게 최적화돼 있어 초동대응용으로 활용하거나 급박하게 다양한 미션을 수행하기에는 한계가 있었죠.
그런데 지난 2021년, 이러한 기술적 한계를 보완한 인명구조용 양팔 로봇이 개발 됐어요. 이 로봇은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연구팀과 한양대학교, 울산대학교, 한국전자기술연구원, 한국기계산업진흥회 등의 공동연구를 통해 개발됐으며, ‘재난대응 특수목적기계’로서 재난현장에서 소방관들의 안전을 지키고 복잡한 구조 업무를 쉽고 빠르게 수행 할 수 있죠.
인명구조용 양팔 로봇은 건설기계와 산업용 로봇의 장점을 결합한 6톤 무게의 기기로 굴삭기와 비교했을 때 외형적으로는 꽤 흡사하지만, 몸체에 사람의 두 팔 역할을 하는 6m 길이의 작업기 1쌍이 장착돼 있다는 점에서 큰 차이가 있어요.
또한 탑승자는 기기 내부에 탑재된 웨어러블(wareable) 장치를 이용해 장비를 마치 자신의 팔처럼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어요. 때문에 특별한 훈련을 받거나 숙련자가 아니어도 누구나 쉽게 조종할 수 있죠. 마치 애니메이션에 등장하는 변신로봇 주인공처럼 말이에요.
게다가 이 로봇은 최대 200kg의 대형 장애물을 옮길 수 있고, 22mm 두께의 철근을 절단하거나 시멘트 덩어리를 부수고 샌드위치 패널을 뚫는 등 다양한 작업들을 수행 할 수 있어 붕괴사고 시 건물에 갇힌 사람을 빠른 시간 내 구조할 수 있어요.
현재 이 로봇은 한국로봇융합연구원 재난안전센터에서 20종 이상의 재난대응 시나리오에 대한 현장 테스트를 진행해 시제품 성능 검증을 마친 상태이며, 앞으로 소방서와 협력해 재난 현장에 실전 배치될 수 있도록 유압시스템 및 제어기술을 보다 고도화할 계획이에요.
아울러 이 로봇이 상용화되면 향후 무인화나 자동화가 필요한 건설·산업 현장, 대단위 재배가 이뤄지는 농업 현장, 지뢰·포탄 등을 제거하는 국방 현장 등 다양한 분야에 폭넓게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어요.
소방청에 따르면 지난 2017년부터 2021년까지 5년간 물놀이 사고로 사망한 인원은 147명으로 집계됐어요. 물놀이 사고의 경우 특히, 눈앞에서 벌어진 갑작스러운 사고 상황에 안전장비도 없이 물로 뛰어들었다가 모두가 위험에 빠지는 상황으로 이어지기도 하죠.
이 같은 사고를 대비하기 위해 일부 물가 인근에는 구명용 튜브가 비치되어 있기도 하지만, 이 구명용 튜브의 무게가 1.5kg이 넘다 보니 익수자를 구하기에는 어려움이 많았어요. 그런데 최근 구명용 튜브의 단점을 보완한 획기적인 튜브가 개발돼 주목받았답니다.
이 튜브는 지난 2019년 한 벤처기업이 개발했는데요. 발사대 위에 작은 로켓 모양의 물체를 꽂은 후 사고 지점을 조준해 버튼을 누르면 익수자 근처에 정확히 착륙해 3~6초 안에 튜브로 변신 하는 이른바 ‘로켓 튜브(인명구조 로켓발사기)’ 예요.
이 로켓 튜브는 발사대 없이 직접 손으로 던질 수도 있고, 발사 각도에 따라 최대 60m까지 날릴 수 있어요. 또한 발사대 1대 당 40회까지 연속 발사 되기 때문에 여러 명이 동시에 물에 빠진 상황에서도 골든아워 내 여러 사람을 구조할 수 있고, 발사 버튼을 누름과 동시에 119에 구조 정보가 신고 되기 때문에 긴박한 상황 속에서 신고에 드는 시간을 절약할 수 있죠.
이 로켓 튜브는 지난 2019년 특허 등록을 대구기계부품연구원으로부터 원거리 조준에 관한 성능을 인정받았어요. 이후 조달청에서 등록 제품 인증을 받아 현재는 경북 상주시와 군위군 등 일부 지역의 하천에 설치해 시범 운영 중이죠. 앞으로 이 로켓 튜브가 더 폭넓게 상용화된다면 익수 사고 사망자 수 감소에 획기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어요.
산이나 강, 바다에서 조난자를 수색하는 건 쉽지 않은 일 이에요. 특히 비바람이 몰아치는 등 기상 상황이 좋지 않으면 구조작업은 더욱 난항을 겪을 수밖에 없죠. 국내 한 무인항공기 개발 기업이 이런 상황 속에서 실종된 조난자를 골든타임 내에 발견할 수 있도록 돕는 ‘수소 드론’을 개발 했어요.
이 수소 드론은 수색이 힘든 지역에서 조난자를 발견한 후, 현장 상황과 조난자의 상태를 담은 영상과 GPS 신호를 구조대에게 실시간으로 전송하는 역할을 수행해요.
특히 일반 드론의 경우 배터리를 사용하며 20여 분 내외로 비행할 수 있는 것에 비해, 이 드론은 수소 연료를 통해 움직이기 때문에 무려 2시간 동안 최대 60km의 거리를 비행 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어요. 또한 방수 기능이 탑재되어 해상 수색이 용이하고, 외부 진동에 강해 험한 환경에서도 비행이 가능하며, 강풍주의보 수준의 바람에도 잘 견뎌낼 수 있죠.
이 수소 드론은 이미 제주 부속섬에 대한 공적 마스크 배송, 한라산 응급구호품 배송 등 다양한 구호활동을 진행한 바 있어요. 또한 지난해에는 외상 연구 분야의 권위자인 이국종 교수가 제주 서귀포시에서 실시한 ‘수소 드론 인명구조 훈련’에 참여해 수소 드론의 성능을 직접 확인하고 “응급상황에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초기 대응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시연을 통해 구조 여건이 까다로운 해상 사고에서 소중한 생명을 살릴 수 있는 드론의 활용도를 확인할 수 있었다"라고 말하기도 했죠. 이 수소 드론은 앞으로도 외딴 지역으로의 응급 물품 배송, 장시간 산림 감시, 해상 인명 구조 등 다양한 상황에서 활용될 전망이에요.
터널 붕괴사고나 터널 내 인명 사고의 경우 여러 가지 돌발 상황 때문에 생존자 수색에 난항을 겪는 경우가 많아요. 하지만 최근 인공지능(AI) 기술이 발전하면서 이 같은 사고에서의 인명구조 속도가 더욱 빨라질 전망입니다.
이와 관련해 특히 주목받고 있는 것은 소리로 터널 사고를 감지하는 ‘청각 AI’ 기술인데요. 최근 국내 AI 스타트업이 개발한 청각 AI의 경우, 터널 내 다양한 소음들 중에서도 운전자가 급브레이크를 밟을 때 차량 바퀴가 미끄러지는 소리, 차량 추돌 등 사고 관련 소리만을 골라 감지할 수 있다는 특징 을 갖고 있어요. 이때 감지된 소리는 터널 안에 설치된 ‘음향 수집기’를 통해 즉시 관제센터로 전송되고, 구조대는 전송된 경보를 확인하여 보다 빠른 시간 내에 현장으로 출동 할 수 있죠.
감지 시간 0.27초, 감지 정확도 92.5% 를 자랑하는 이 청각 AI의 감지 능력이 실제 사고 현장에 상용화된다면, 향후 발생할 붕괴사고 현장에서 골든아워를 지키는 위대한 구조 기술로 거듭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요.
오늘 소개한 것처럼 이제, 사람의 힘으로 막을 수 없거나 도움이 필요한 부분에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IoT) 등 최신 IT 기술을 근간으로 한 다양한 형태의 재난 예방/구조 서비스가 탄생 하고 있어요. 또한 이 서비스들은 데이터 분석을 통해 더욱 정교하게 발전하고 있죠.
하지만 각종 IT 기술과 로봇·기기가 현장에서 생명을 구하기 위해서는 재난 대응 시스템과 프로세스가 탄탄하게 뒷받침돼야만 해요. 그리고 이 역할은 사람이 직접 수행해야만 하죠. 즉, 우리는 ‘IT 기술을 활용해 생명을 구하기 위한 열쇠는 결국 사람에게 달려 있다' 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