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물가 · 고금리 시대?
그냥 돈을 안써야 하나?"
요즘 마트나 시장, 혹은 식당이나 카페에 가면 “뭐가 이렇게 많이 올랐어?” “내 월급 빼고 다 오르네”라는 말이 절로 나와요. 말 그대로 고물가 시대죠. 지난 5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작년 같은 달 대비 무려 5.4%나 치솟으며 14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어요.
코로나 팬데믹과 러시아-우크라이나 간의 전쟁 등으로 글로벌 공급망 차질이 계속되는 가운데, 그동안 억눌렸던 소비수요가 회복하면서 많은 소비 품목의 가격이 전체적으로 올랐기 때문인데요. 특히 석유와 각종 공업제품(8.3%), 가공식품(7.6%), 외식 서비스(7.4%) 등이 높은 물가 상승률을 보여주었으며 전기·가스·수도 역시 2010년 1월 집계를 시작한 이후 최고 상승률(9.6%)를 기록했어요.
이러한 고물가 상황은 이미 우리의 생활 속에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죠. 식용유 값이 폭등했을 뿐 아니라 수급조차도 어려워져 마트나 식료품점에서 식용유의 구매 수량을 1~2개로 제한하기도 했고, 한때 3천 원 남짓했던 계란 한 판의 가격이 평균 8천 원에 육박하고 있어요. 기름값도 꾸준히 오르더니 휘발유와 경유 모두 리터 당 2천 원을 돌파했고요.
고물가에 자동으로 따라붙는 것이 바로 고금리예요. 금리 상승세에 가속도가 붙었지요. 한국은행은 2022년 5월 26일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연 1.5%에서 1.75%로 올렸어요. 2021년 8월부터 시작해서 벌써 다섯 번째 금리 인상인데요. 이렇게 금리를 인상했음에도 가파른 물가 상승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고, 한국은행 총재는 물가 안정을 위해서 올해 말까지 기준금리를 2.5% 수준으로 올릴 것이라고 시사했어요.
최근 경제 관련 매체들은 매일 같이 ‘고물가·고금리 쇼크’ 또는 ‘저금리·저물가 시대의 종말’에 대한 소식을 쏟아내고 있어요. 물가와 금리는 왜 이렇게 단짝처럼 딱 붙어 다뤄지는 걸까요? 물가와 금리는 대체 어떤 관계가 있을까요?
‘고물가·고금리’ 또는 ‘저금리·저물가’처럼 일반적으로 물가 상승이 시작되면 금리도 따라 오르게 되고, 물가가 하락하면 금리 역시 하락하게 돼요. 다시 말해 물가와 금리는 ‘같이 움직이는 관계’라는 거죠.
그런데 우리는 이 말에 숨은 함정을 주의해야 한답니다. ‘같이 움직이는 관계’이지 ‘똑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관계’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는 거예요. 물가가 오르면 금리를 올리는데, 금리가 오르면 물가는 하락해요. 단순히 같은 방향 또는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복잡한 상관관계를 갖고 있는 것이죠.
물가와 금리의 복잡한 상관관계를 이해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물가는 ‘물건에 대한 대가(물건의 가격)이고 금리는 ‘돈에 대한 대가(이자율)’라는 것을 기억하는 것이에요. 이것만 기억해도 대부분의 경제 상황 속 물가와 금리의 추이에 대해서 보다 쉽게 추측할 수 있게 된답니다.
① 고물가 시기의 금리
먼저 지금과 같이 물가가 상승하는 시기의 금리에 대해 살펴볼까요? 물가가 오르면 물건이 조금이라도 저렴할 때 사재기를 해 두거나, 물건이 비싸더라도 생활을 위해 기존보다 더 큰 대가를 지불해서 구매하기 때문에 소비자는 계속적으로 돈이 필요하게 돼요. 돈(화폐)에 대한 수요가 오르니 돈에 대한 대가 즉, 금리가 오르게 되는 거죠.
우리가 실생활에서 가장 직접적으로 금리 인상을 경험할 수 있는 부분이 바로 은행금리(예·적금 금리 및 대출 금리)예요. 그래서 금리가 오르면 소비자는 은행 예·적금과 같은 금융 상품에 대해 관심을 갖고 돈을 은행으로 이동시키게 되죠. 결과적으로 투자나 구매 등 상품에 대한 수요는 떨어지고, 이로 인해 물가가 하락하며 안정되는 것이랍니다.
② 저물가 시대의 금리
물가가 하락한다는 것은 그만큼 소비자의 소비가 줄었다는 의미예요. 즉, 사람들이 돈을 쓰지 않는다는 것이죠. 돈을 쓰지 않는다는 것은 돈(화폐)에 대한 수요가 적다는 뜻이고, 수요가 없으니 돈에 대한 대가(금리)도 떨어지게 돼요.



이처럼 어떤 관점에서 보는가에 따라 물가와 금리는 같이 움직이기도 하고, 반대로 움직이기도 해요.
즉,
물가가 오르면(▲) 금리도 상승하여(▲) 물가를 하락(안정)시킨다(▼)
물가가 내려가면(▼) 금리도 하락하여(▼) 물가를 상승시킨다(▲)
를 기억해두면 물가와 금리의 상관관계에 대해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을 것이랍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기억해야 할 부분은 금리 인상/인하는 시장 상황에 따라 자율적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정부와 중앙은행의 정책에 따라 움직인다는 점이에요. 시장 물가가 올랐다고 금리가 자동적으로 인상되는 것이 아니라는 거죠. 시장 물가가 올랐더라도 금리는 어느 정도의 기간 동안 동결되어 있어요. 그러다 물가 상승 상황이 심각하다고 판단되면 중앙은행이 회의를 거쳐 금리 인상을 시행하고, 반대로 물가 하락으로 인한 경기 침체가 지속되면 다시 중앙은행이 금리 인하 정책을 시행하게 됩니다.
금리의 추가 상승은 이제 기정사실이에요. 앞서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가 앞으로 빠른 속도로 기준금리 인상과 양적긴축¹에 나서겠다고 예고했고, 미국의 기준금리에 영향을 받는 우리나라 역시 금리 추가 인상의 시그널을 지속적으로 나타내고 있죠.
지금과 비슷한 경제적 상황으로는 우리나라의 IMF 외환위기(1997년)와 글로벌 금융위기(2008년)가 있었지만, 사회생활을 갓 시작했거나 길어야 15년 안팎인 2030세대에게 연 4%가 넘는 고물가, 그리고 그에 따른 고금리는 경험해 본 적 없는 미지의 세계일 거예요. 현시점 자산 시장의 주도세력인 2030세대들에게는 그동안 제로금리에 가까운 저금리와 레버리지 투자²가 익숙했는데 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 공포 속에 그 공식이 잇따라 무너지면서 금융시장 패닉으로 이어질 가능성마저 점쳐지고 있죠.
때문에 앞으로의 금리 상승 및 국내외 금융시장 불안 등 불확실성에 대비하고 싶다면, 지금은 무리하게 위험자산에 투자하기보다는 보다 안전하고 보수적인 재테크 전략을 수립하는 것을 권장합니다.
① 예·적금과 대출
많은 금융소비자들이 지금 가장 주목하는 금융상품은 다름 아닌 예금과 적금이에요. 지속되는 금리 상승 환경에서는 예·적금 재테크가 더 안전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죠. 기준금리가 오르면서 주요 시중은행과 인터넷은행, 저축은행들도 잇따라 금리를 올리고 있기도 하고요.
이런 시기에 가장 염두에 둘 것은 추가적인 기준금리 인상의 여지예요. 기준금리가 계속 오를 경우, 장기 예금상품에 가입해 돈을 묶어 두면 오히려 이후에 오르는 추가 금리 상승 혜택을 누리지 못할 가능성이 크죠. 때문에 전문가들은 일단 예금상품 가입 시 1년 초과 장기 예금상품보다는 3, 6, 12개월 형의 단기 예금상품에 관심을 가지기를 권장하고 있어요.
또한 고금리 특판 예·적금 상품 중에는 우대금리의 조건으로 신용카드 신규 발급을 내거는 ‘미끼 적금’이 있을 수 있고, 월 납입금액이 제한되어 있어 실제 수령하는 이자가 생각보다 크지 않을 수도 있으니 예·적금 상품의 세부내용과 조건을 잘 살피고 자신에게 맞는 상품에 가입해야 한답니다.
그리고 만약 자금 여력이 있다면 대출 상환을 서두르는 것도 훌륭한 재테크가 될 수 있어요. 기준금리가 상승할수록 대출금리 역시 높아지다 보니 이자 상환 등 비용의 부담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에요.
② 주식·채권 투자
지금은 무리하게 투자해서는 안 되는 시기예요. 만약 주식 투자를 한다면 성장주에 무리하게 투자하기보다는 기업의 재무 구조를 꼼꼼하게 살펴본 후 금리가 오를 때 타격을 받지 않거나 덜 받는 기업에 투자해야 한답니다. 또한 금리 상승기에는 (고정금리부)채권3 가격은 하락하기 때문에 장기 채권에 대해서 경계심을 가지고 접근하셔야 한답니다.

높아지는 고물가·고금리 부담에 대비할 튼튼한 방파제를 만들어야 하는 시기예요. 단숨에 부자가 되고 싶다는 마음으로 무리하게 투자하기보다는, 신중하고 유연한 재테크 전략을 세워 위기에도 나를 지켜주는 튼튼한 금융 방파제를 만들어 보시기를 바랍니다.
* 해당 포스팅은 투자 판단의 참고 자료이며 투자에 따른 최종 책임은 이용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 용어사전
1. 양적긴축: 중앙은행이 은행권에서 반강제로 돈을 빼내는 일로 금리 인상을 통한 긴축 효과가 크지 않을 때 쓰는 방식.
2. 레버리지 투자: 모자란 돈을 빌려서 투자해 수익률을 극대화하는 투자 방법.
3. 고정금리부 채권: 발행할 당시의 이자율이 만기 때까지 유지되는 채권. 회사채나 국공채.